Green Graphy J, Seoul

 






Green Graphy J, Seoul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자기다움을 꽃 피우는 사람들
그린그라피제이 김주암


2020년 9월 4일 금요일

사진   김승겸

아트   주진우

인터뷰   김혜훤

이미지 제공   김주암





패션은 럭셔리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동시대의 럭셔리란 무엇일까요? 저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럭셔리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즉, 내가 좋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가치가 되어 흔쾌히 비용을 지불하고 그 비용의 합이 살아가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정도라고 하면 너무 소박한가요?

재밌고 유능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느끼는 즐거움,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보람, 연구하고 몰입하고 창작하는 시간의 행복,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최소로 받으면서 자율성 있게 사는 삶, 결코 소박하지 않은 우리 시대의 럭셔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삶을 가꾸고 계신 분들이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데요,  'People and Place'는 클래시앤모어 팀이 옷을 만듦에 있어 영감을 얻고 있는

주변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구성한 컨텐츠입니다. 첫번째 인터뷰는 그린그라피제이 김주암 대표님과 함께 했습니다. 

 







 

 




김주암 대표님은 용산구 우산단로에서 꽃가게를 하고 계세요. 식물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며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의 작품들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사전적인 의미로 날 것, 가공/정제되지 않은 것이라는 ‘RAW’는 분야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라 할 수 있을 거예요. 다만 김주암 대표님은 트렌드를 쫓기 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 결과 구축하게 된 자기다움이 시대의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사례인데요,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 시대가 재정의하는 ‘RAW’의 특성인 본질, 본성,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처럼만 유지하며 재밌게 살고 싶어요’ 라고 얘기하는 오늘이 있기까지 김주암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요즘 많이 바쁘세요?

네, 바빠요. 사람들은 바쁘면 돈 많이 벌고 좋겠네 하는데 저희가 하는 일은 손이 정말 많이 가요.

다 돌봐 줘야 하는 애들이니까, 애들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하루 종일 바쁘죠. 유지하는 게 어려워요.




일 하는 게 참 즐거워 보이세요.

일이란 게 기본적으로 힘든 거잖아요. 우리끼리 이 힘든 일을 다 해야 하는데 우리끼리 안 맞으면 더 힘들고,

성질도 나고, 재미가 없어지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잘 맞아서 시너지가 나면 그게 정말 재밌고 좋은 거죠.

 








     Wreath Class, 2020













Wedding Flower, 2017 / 2018       










 










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학부에서는 행정을 전공했어요. IMF 시대였는데 당시는 어려서 꿈이라는 것도 명확하지 않았고 친척들 중에 공무원이 많았는데

여자가 편히 살 수 있는 직업으로 공무원 만한 게 없다며 행정학과를 추천했어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재미가 너무 없는 거예요. 마음에 풀리지 않는 뭔가가 있어서 그때부터 취미로 꽃을 배웠어요. 취미가 전업이 됐는데 행정을 공부한 게

여러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행정도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행정 교육 안에 심리도 있고 교육도 있고 서비스,

사회, 경제가 다 있는 건데, 지금 하는 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요.

 





 김주암 대표가 착용중인 제품은 Dreamy hidden button shirt 그리고 Dreamy gathered flared skirt






전업을 결심하게 된 터닝 포인트 같은 게 있었나요?

사회 생활한 지 2년쯤 되었을 때 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직장을 관두고 내려가서 어머니 간병을 하겠다니까 주변 만류가 많았죠.

‘여자가 이런 직업이 또 없는데... 부모는 부모 인생을 사는 거다…’ 그래도 제가 판단할 때 엄마는 하나뿐이고 마음이 좋지 않은 거예요.

고향으로 내려가서 병간호를 하는데 엄마 차도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면 너무 기쁘고, 가끔은 이대로 내 인생은 끝나 버리는 건가

두려워서 화장실에서 몰래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1년도 채 안 돼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엄마들 인생이 다 불쌍하잖아요. 그런데 나도

그렇게 살 수 있겠다 싶으니까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전직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취미로 해왔던 원예를 심화적으로 배우기로 결정하게 됐죠.




용기 있게 적성을 잘 찾아가신 것 같아요. 학원에서는 어땠나요?

학원에서 보통 2~3가지 수업을 듣고 가는데 저는 백수고 이걸 하겠다 했으니 하루 종일 꽃만 붙잡고 산 거예요. 

요즘 시스템은 수업이 끝나면 공간을 비워줘야 하는데 그땐 한쪽 구석에 자유롭게 오래 있을 수 있어서

한 번 잡은 꽃을 똑같이 또 잡고 또 잡고, 학창시절에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서울대도 갔겠다 싶을 정도로 좋아서 밤새 공부했어요.

 







 

 






대표님의 원예 스타일이 구축된 배경도 궁금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는 거예요. 어릴 때 완전 시골에서 살았어요. 같은 동네 친구들도 너 다른 세계 사는 거 아니야 할 정도의 깡시골,

동네 산꼭대기에 살았거든요. 맨날 타잔처럼 놀았어요. 맨 발로 뛰어다니고 개나리가 피면 그 안에 공간이 생겨요. 거기에 빨간 머리 앤처럼

아지트 만들어 놓고, 그 어린 시절이 올라와서 그런지 제가 꽃을 잡으면 남들보다 컸어요. 다들 꽃을 짧게 쓰는데 저는 꽃이 답답하게

모여 있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스파이럴 기법을 그대로 쓰더라도 형태를 길고 자유롭게 썼어요. 가드닝 수업을 하는데

 정원은 작은 인위적인 자연이니까 아빠 농장에 가서 개울에 있는 돌을 주어 오고 이끼, 잡초 같은 거 잔뜩 가져오고 그랬어요.




아버지께서 같은 분야의 일을 하고 계신가봐요.

아빠는 농사 짓고, 원예하고, 농장 돌보고 평생 흙을 만지며 살고 계세요. 아빠는 제가 원예를 하길 바랬다고 하더라고요.

돌아 돌아왔지만 이제라도 식물을 만지면서 산다니까 좋다고 하세요. 아빠가 왜 힘들고 가난한데도 흙을 만지고

식물을 만지는 일을 계속 하셨는지 이젠 저도 잘 알겠어요. 어느새 저도 아빠와 같은 생각을 하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식물을 만져야 한다고. 꼭 이 길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 몸에는 식물을 만지고 살아야 하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Gimpo Hyundai Premium Outlet

김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육로152번길 100
























Yangpyeong Salgu Maeul

양평 살구마을 주택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445-16





































학원을 마치고 현장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70개 넘는 작품을 하면서 돈도 많이 들었는데 마에스터 과정을 이수하려면 독일까지 가야 하는 거예요. 그 때 선택을 한 거죠,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는 경험을 통해 배우겠다고요. 그 시작이 이대 앞 꽃집이었어요. 꽃을 그렇게 잡았는데도 누군가를 위해

 한 송이 포장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사장님은 한 번에 셔링을 잡는데 저는 그냥 구겨지는 느낌이고 많이 혼란스러웠죠.

그런 시작이 있었고 점점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졸업 같은 시즌을 몇 번 거치면서 그냥 계속해서 하다 보니까 나아지더라고요.

경험에 목말라 있었어요. 주 5일 일하고 주말에는 결혼식이나 행사장에서 일했어요. 지금이야 이직을 전략적으로 많이 하지만

그땐 1년씩 직장을 옮기면 이상하게 봤거든요. 그래도 저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했어요.

그러다 꽃에 대해 여러가지 많은 일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실장으로 꽤 오래 일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갈증 같은 게 있었나요?


엄청 많았죠. 남의 꽃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저는 계절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았어요. 패션도 그렇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면 시즌을 즐기지 못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거예요. 항상 남보다 앞서가야 하고 특이해야 하니까 계속 일 하는 거예요. 제각각 있는 그대로 완전한 식물인데

단순히 오브제로만 여기는 재벌가 클라이언트도 많았어요. 식물이 세 개가 있으면 세 개가 똑 같아야 하는 거예요. 자르고 묶고, 식물의 가치를

하향되게 생각하면서도 식물이 있어야 좀 있어 보이니까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 내가 뭘 하는 건지 허망하기도 했죠.












자기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제가 정한 기간이 있었어요. 혼자 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지금 이 힘듦 조차도 겪고 버텨야 한다고 정한 기간이 있었는데

그걸 채우고 회사를 나왔어요. 이태원 한강로 근방 자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동산 하시는 분이 여기 꼭대기로 저를 데리고 왔어요.

스산한 겨울 밤이었는데 동네가 을씨년스럽고 무서운 거예요. 그런데 지금 식물을 내놓고 있는 테라스 같이 생긴 한 평 남짓의 공간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에게는 땅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하겠다고 했어요. 아침에 와서 보니 몇몇 가게들이 보이고 맞은편에 챔프커피도 있고,

 그 때가 우사단로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초기였어요.





처음 자기 사업에 대한 행복도, 또 어려움도 많았겠어요?

테이블 하나 식물 몇 개 밖에 없었는데 너무 만족스럽고 이 상황이 너무 사랑스러운 거예요. 소꿉놀이 하는 것처럼 재밌었죠.

 경제적으로는 한 3년 힘들었던 것 같아요. 보이는 건 좋아도 실제적으로 계산하면 엄청 마이너스고 큰 일 들어오는 것도 일정치 않고

그러니까 대출도 받고 하면서 버틴거예요. 그래도 와서 대면하시는 분들이 좋은 분들이 많으니까 꽃 한송이라도 사러 오시고 잠깐 이야기라도

하면 갑자기 또 기분 좋아져서…… 그걸 계속 반복한 거예요. 어떤 날은 침대에 누워서 그냥 이렇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꽃을 만지지만 혼자인데도 책임져야 할 것도 많고 살림이 힘에 부치는 게 좀 힘들었죠.




SNS 컨텐츠가 좋은데 그게 홍보에 많이 도움이 됐나요?

홍보나 광고를 오로지 인스타그램 하나 운영하는 걸로 하고 있는데 우사단로 계단장에 참여하게 되면서 작은 초를 만들어서

팔로우해주시는 분들께 선물 드리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선물 주고 팔로우 해달라는 게 스스로 불편한 마음도 들었는데,

‘처음부터 힘주고 다가갈 필요가 있나, 처음에는 다들 좀 귀여워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친근하게 다가갔죠.

그때 그린그라피제이를 알아주시고 팔로우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몇 년 동안 인스타그램에 차곡차곡

저의 작품과 일상을 저장하다 보니까 그걸 보고 신뢰하고 찾아오는 고객분들도 꽤 있어요.

 

























대표님의 앞으로 꿈은 뭘 까요?

이제는 더 큰 거 없이 지금처럼 유지하며 살고 싶어요. 제 꿈은 크지 않게 하는 거, 작게 하는 거, 이대로만 유지하면서 재밌게 사는 거,

그런데 유지한다는 게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아직도 꿈인거죠. 우사단로 재개발이 확정돼서 3년 안에 다른 장소로 옮겨 갈 것 같아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 주시는데 저는 돌아다니는 게 재밌어서 새로운 데 가는 것도 좋아요. 너무 쉽지 않은 곳에 가고 싶어요. 들어왔는데

 ‘어, 이거 뭐지?’ 할 수 있는, 용산을 좋아해서 용산의 허름한 곳을 찾아보려고요. 제가 가만히 오랫동안 하는 사람이긴 한데 지금까지

살아온 걸 보면 계속 흘러왔더라고요. 방향은 일관되지만 그 안에 흐름은 다양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Green Graphy J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10길 122
평일  10:30 - 12:00, 13:30 - 19:30

토요일 13:00 - 18:00
Instagram  
@greengraphy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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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임이랑 저 | 코난북스 | 2019년 03월 25일








정원가의 열두달
카렐 차페크 저/요제프 차페크 그림/배경린 역/조혜령 감수 | 펜연필독약 | 2019년 06월 20일













Interviewed by CNM Team on August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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